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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쓰다(2018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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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다시는 글을 쓰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블로그를 없애려 했다. 하지만 백업시기를 놓쳐 하나씩 하려니 그것도 일이었다. 한창 붙여넣기를 하다가 나중이라는 말을 하며 하던 일을 미뤘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 다시 블로그를 방치했다. 어쩌다 한 번씩 싹 지워버릴까 생각도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러기에 쓴 글이 조금 아깝기도 했다. 어찌보면 이것도 추억이고, 기억이고, 남겨둔 지난 날이었다. 어제 문득 블로그가 생각해 검색해보니 티스토리가 개편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마침 뭔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오곤 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이참에 다시 시작해보자.'는 생각에 로그인을 했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기위해 주소와 별명을 쓰라니요. 한참 씨름을 하다 드디어 로그인. 오랜만에 접속하니..
노련해진다는 것 살아온 시간이 늘어갈수록, 예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에 관해 노련해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조금씩 마음이 넓어진다는 것이라는 걸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깨닫는다. 폭풍처럼 매섭게 지나갔던 예전을 생각하면 그래도 죽지 않고 잘 견뎌 지금까지 왔구나 싶은 마음에 도닥여주고 싶은 순간도 생겨났다. 그래, 그래도 죽지 않고 지금까지 잘 견뎌왔구나.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사물과 생명에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구나. 미쳐 날뛰던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어쩌면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인간이 조금씩 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그게 고맙고, 또 고맙다.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많아 이리 성내고, 저리 속상해 울기도 하지만 지금을 지낸 미래 어느 순간에 나는 또 고맙고, 고마..
안부인사 단순한 안부인사일지 모른다. 짧은 인사와 언젠가 보자는 막연함으로 이어진 관계일지 모른다. 연결고리가 없는 관계는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만나야 할 이유와 의무없이, 언젠가는과 같은 말을 남기며 관계를 우연 위에 놓아둔다. 그런 사이인거다. 우연히 시작되었으나 가까워질 필요나 노력 따위는 없어도 괜찮은 그런 사이인거다. 나역시도, 상대방 역시도. 그런데 이 짧은 안부인사에 왜 내 하루가 흔들리고 있는 걸까.
장소나 상황에 관한 예지몽은 곧잘 꾸는 편인데 아는 사람은 잘 안 나온다. 이게 뭐 그렇게 특별할 일도 아니지만.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아는 사람이 나올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구남친이거나, 연을 끊은 인간들이거나. 3-4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이 드문 경우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라는 걸 후에 알았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경험이냐만은 그래서 꿈에 아는 사람이 나오면 좀 찝찝하다. 요즘 6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 알았던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뭐도 아닌 그런 관계인데 왜 나오나 싶다. 개꿈이려니 하는데 개꿈이면 좋겠고, 뭐 꿈에 나왔으니 좋은 일이 있나 싶기도 하고. 깨어났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문득 모니터를 보다 얼굴이 생각나더니 예전 일이 떠올라 마음이 헝클어진다. 에비에비..
그러고 보니 그녀들을 오래 봐왔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는 걸 깨닫는다그러고 보니 함께 공연을 보며 지내왔지만 깊숙한 이야기를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떤 요일을 제일 좋아하는지, 지루한 날이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가장 좋아하는 음료는 무엇인지,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지 이런 사소한 것들도 말이다. 그렇다면그녀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알아왔던 긴 시간이 어쩌면 별거 아닌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두려움이 밀려온다.
당신이라는 안정제 그의 책이 나왔다. 그리고 오늘 다시 첫 장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나만 위로할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책을 읽던 시절, 앓고 있던 여름이 생각났다. 마음이 아프면 꺼내 읽곤 했다. 책을 읽으면서 떠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려 했다. 지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기약도 없는 희망을 가지려 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를 버텼다. 나에게 불안은 평생 살아온 삶이기도 했다. 모든 순간이 불안으로 채워지면 견디지 못하고 밤새 울었다. 분명 괜찮았던 시기가 꽤 길게도 있었던 것도 것도 같은데, 다시 찾아온 불안은 그 순간마저 지워버린다. 그의 책이 새로운 위로가 되면 좋겠다. 지금을 견딜 순간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감정이 잠시뿐일지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듣다, 말을 듣다 내가 할 수 있는 생각과 경험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제 다른 이에게 조언이랍시고 말을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조용히 하는 말을 들으며 웃어줄 뿐.
한순간 지나갈 바람이거늘 깊이 남을 이었다면 어떤 흔적이라도 남겨졌을 터 그렇지 않기에 잠시 일렁이는 작은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깊이 남을 이었다면 거센 바람으로 다시 나타나겠지.